[프리뷰]
남산골기획공연 - 국악, 시대를 말하다
돌아온 박첨지 시즌3
글_이은혜
남산골기획공연-국악, 시대를 말하다② <돌아온 박첨지>시즌3 포스터
여러분은 남사당놀이에 대해 잘 알고 계신가요? 아마 ‘우리나라 전통 공연’ 정도로 알고계신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름은 익숙하지만 뭔가 와 닿지는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 남사당놀이가 사실은 민중의 사랑을 독차지한 ‘국민 공연’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조선 팔도를 신명나게 누리다! 민중이 사랑한 남사당놀이
배우 이준기씨를 스타로 만든 영화 <왕의 남자>를 기억하시는 분은 많을 거예요. 조선시대 남사당패의 광대 장생(감우성)과 공길(이준기)을 중심으로 한 궁중광대극을 그린 영화였죠. 영화 속에서 두 주인공이 활동했던 놀이패가 바로 남사당패였답니다. 이제 남사당패의 이미지가 조금 더 친밀하게 그려지시나요?
영화 <왕의 남자> 장면 캡처
남사당패의 유랑광대극인 남사당놀이는 남자들만 구성된 극이라고 해요. (그래서 공길이(이준기)가 여장을 했던 것이었죠~) 전통적으로 남사당패는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떠돌아다니면서 주로 서민 관객들을 위한 공연을 했는데요. 길거리나 야외 마당에서 시골 관객들을 즐겁게 해 줄 뿐만 아니라 극을 통해 중요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죠. 민중이 사랑했던 남사당놀이는 1964년 우리나라의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200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무형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답니다.
■ '알아두면 좋은' 남사당놀이의 여섯 종목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참고)
• 농악대(풍물) 현재 남사당패가 공연하는 농악은 경기도와 충청도 지방에서 유래. 도로 행진과 개인놀음으로 구성.
• 가면극(덧뵈기) 열세 명의 연희자가 등장하는 네 마당은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마당씻이,
• 조선줄타기(어름) 팽팽한 외줄 위에서 여러 가지 곡예를 펼치는 사이사이에 바닥의 어릿광대와 재담을 주고 받음.
• 꼭두각시놀음(덜미) 인형 조종자들이 막 뒤에서 인형을 조종하면서 악사들과 함께 무대 앞에 앉은 화자들과 대화를 주고받음. 극은 늙은 박첨지 마당, 평안감사 마당으로 구성.
• 땅재주(살판) 지상에서 다양한 곡예를 펼침.
• 사발돌리기(버나) 약 40cm 길이의 나무 막대기를 사용하여 쳇바퀴를 돌리는 기술.
그중에서도 가면극과 꼭두각시놀음은 남사당놀이의 여섯 마당 중 가장 노골적인 사회적 메시지를 다루고 있답니다. 양반 주인과 저항하는 하인, 늙은 부부와 첩, 속세의 쾌락에 빠져 버린 승려, 끝없는 억압과 착취로 고통 받는 민중의 이야기 등, 다양한 한국인들의 모습을 담고 있지요. 이러한 극은 단지 흥을 주는데 그치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던 민중을 대신해서 자유와 평등에 대한 담론을 제시하고 민초들에게 희망을 주는 역할을 했답니다.
흥겨운 꼭두각시놀음, 남산골 한옥마을에 떴다!
오늘, 여러분과 더 자세히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꼭두각시 놀음이에요! 남산골기획공연 - 국악, 시대를말하다의 두 번째 공연인 <돌아온 박첨지> 시즌3이 바로 이 꼭두각시 인형극이거든요. ^^
2015년 7월 23일 서울 남산 국악당에서 펼쳐지는 <돌아온 박첨지> 시즌3은 기존의 꼭두각시놀음에 놀이성과 비판성을 더욱 겸비한 작품이랍니다. 2013년에 대학로에서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시즌1을 거쳐 시즌2까지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과 호응을 받아왔지요. 인형극이라는 형식만 보고 '심하게 건전한 어린이 공연이 아닐까' 생각하신다면 오산!
물론 어린이들도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은 맞습니다.^^ 다만 꼭두각시 인형극 <돌아온 박첨지>에는 잘못된 권력과 종교의 타락성, 가부장적 사회의 모순 등에 대한 강한 비판이 들어가 있어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현재의 이야기를 건전한 사회풍자극으로 재치 있게 표현하였으니,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기대하고 보셔도 좋습니다~
우린 만만한 인형들이 아니야!
박용태 선생님의 <돌아온 박첨지> 인형 제작 워크숍 과정
<돌아온 박첨지>에 등장하는 인형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인형이 아니에요~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제 제 3호 남사당놀이 보유자인 박용태 선생님의 손에서 태어난 ‘귀한’ 인형들이죠. 인형의 크기는 캐릭터마다 제각각인데요. 나무로 깎은 인형이라고 움직임에 제약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니랍니다. 동작이면 동작, 대사면 대사, 감정이면 감정 모두 정확하고 섬세하게 전달할 수 있답니다! 인형을 잡은 극단 사니너머의 배우들도 아주 열심히, 각각의 캐릭터와 하나가 되어서 연습을 하고 계세요. (점점 자기 캐릭터와 얼굴이 닮아간다는 소문이...) 나이를 잊고 춤추는 한량 박첨지, 풍물패의 신명나는 풍악, 초란이의 고난도 버나 돌리기, 객석을 향해 시원한 오줌을 내지르는 홍동지와 괴물 이시미의 대결! 궁금하시죠? ^^
뿔난 인형들이 씹는 2015 대한민국
2014년 '세월호 사건'을 연상키는 장면. 사고와 재난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하는 정부의 모습을 풍자하는 듯 합니다.
꼭두각시 인형극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재담과 풍자인데요. 남사당패의 탈춤보다 훨씬 연극성이 짙은 꼭두각시 인형극은 아주 해학적이고 신랄한 풍자가 농후하기로 유명하답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최근에 떠올랐던 사회적 이슈들을 가지고 짓궂은 재담을 풀어볼 계획이라고 하네요. 2015년 상반기, 국민들의 속을 화끈거리게 했던 크고 작은 문제들! 꼭두각시 인형들이 씹는 대한민국의 단면은 무엇일까요? 마음의 준비하시고 관람하실 것을 당부 드려요~ 폭복절도 예약입니다!
한국 전통예술의 종합판
상좌의 '절짓는 거리' 장면
여러분 상좌라고 들어보셨나요? 꼭두각시극의 상좌는 손가락 인형을 뜻해요. 한명의 배우가 양손에 하나씩 상좌인형을 끼고 손가락 연기를 하게 되죠. 꼭두각시극은 상좌들의 춤으로 시작해 상좌들이 절을 짓고 허무는 장면으로 끝나는데요. 이 장면은 공연을 찾은 모든 관객들에게 평화와 복을 빌어주는 하나의 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상좌가 손짓을 할 때 함께 인사해주셔도 좋아요~! 전통적인 방식을 따라, 정성껏 시주를 해 주시는 센스도 잊지 마시고요^^
또한 이번 극에서는 각 장면마다 전통 악기와 소리에 의한 음악적 구성이나 사자춤, 버나돌리기 외 한국의 다양한 연희적 요소들이 곳곳에 녹아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전통 예술이 한자리에 모여 신명나는 ‘판’을 펼쳐지게 될 테니, 이 재미들을 놓치시면 안 되겠죠?
극단 사니너머, 서울 남산 국악당에 곰뱅이 트다!
이번에 <돌아온 박첨지> 시즌3을 잡은 극단 사니너머는 김학수 대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핫한 극단입니다. 사니너머에는 한국의 전통연희와 현대연극의 조화를 꿈꾸는 배우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는데요. 원형을 살린 악가무를 통합적으로 수용해 새로운 공연예술을 시도해보기도 하고, 일상과 상상의 세계가 조화를 이루어 순환하는 삶과 예술의 소통방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 인형극을 끊임없이 전하려는 배우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남사당놀이의 꼭두각시 놀음, <돌아온 박첨지> 시즌3!! 보다 풍성한 소재와 재미로 업그레이드 하여 이번 여름 관객들을 실컷 웃겨드리고자 독을 품었다고 하니 모두 기대해주세요~
공연기간: 2015년 7월 23일 - 8월 9일
공연시간: 평일 20시, 주말 16시
공연장소: 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 국악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