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 4호   山:門 CHOICE

온라인은 진화한다

정리편집실
발행일2020.12.08

느린 듯 가지 않을 것만 같더니 어느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었다. 3월부터 남산골한옥마을과 서울남산국악당은 폐쇄되었다가 개방하기를 반복하다가 최근 코로나 재유행의 우려에 따라 다시 콘텐츠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분위기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전과는 좀 더 다르게, 좀 더 온라인의 조건을 통해 새롭게 모색하는 움직임이 엿보여 반갑다.

온라인에서 만나는 ‘남산골야학당’

올해는 한옥채 내에서 펼쳐지는 남산골야학당 특유의 분위기를 직접 느낄 수는 없지만, 온라인으로 옮겨서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에 집중하게 되는 주제는 바로 남산골한옥마을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현재 남산골한옥마을의 전통가옥에 대한 정보를 담은 콘텐츠가 부족하고, 비대면 안내에 대한 대비 또한 미흡하다는 요구를 반영하여 마련하게 됐다. 기존에는 문화해설사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일정은 제한되어 있고, 올해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대면 안내는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한옥마을이 폐쇄되어도, 거리두기로 인한 단체 활동의 통제 상황 속에서도, 언제든 온라인을 통해 남산골한옥마을을 다녀갈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온라인 남산골한옥마을’이 기획되었다.
2019년 남산골 야학당의 모습 ⓒ 남산골한옥마을
우선 각 가옥에 대한 설명에 앞서, 1989년 수도방위 사령부 부지 매입부터 ‘남산 제모습 찾기’ 사업으로 1998년 개관하기까지의 남산골한옥마을의 조성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담은 프롤로그 영상이 소개된다. 이어서 남산골한옥마을 전통가옥 다섯 채에 대해 그곳에 살았던 인물부터 그에 얽힌 그 시절의 이야기들, 그리고 각 가옥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역사적·건축학적 사실에 근거하여 소개하는 콘텐츠가 제작된다. 이는 남산골한옥마을 홈페이지 및 공식 SNS에 게재되어, 관람 전 사전정보 습득을 통해 가옥을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함은 물론, 관람객이 출입할 수 없는 비대면의 상황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남산골한옥마을을 만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콘텐츠 공개 일정은 추후 공지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동물의 숲’ 게임 안에서 공연을 펼치다

: 관객 참여형 비대면 전시/퍼포먼스 «대기, 대기, 대기, 통신»

얼마 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신분이 된 조 바이든이 후보자 시절 게임 안에서 비대면 선거 유세를 가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의 선거 유세가 열린 ‘바이든 섬’이 바로 닌텐도 스위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만들어졌던 것이다. 사실 이미 그 커뮤니케이션 게임으로서의 저력은 코로나 이후 더욱 주목받고 있었다. 팬데믹으로 취소된 결혼식이나 졸업식, 생일 파티 같은 일상의 경조사는 물론 예술작품의 전시, 거리의 시위까지도 ‘동물의 숲’으로 옮겨와 치러지기도 했던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세상과의 소통 창구가 됐다는 점이 높게 평가되어, 최근에는 미국 유력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20년 최고의 발명품 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심화되면서, 대안으로 온라인 컨포런스를 진행하거나 '모여봐요 동물의 숲' 에서
온라인상으로 선거 유세에 나서는 등 비대면 선거활동을 택한 조 바이든 ⓒ 조 바이든 선거 홈페이지

그렇다면 ‘동물의 숲’에서 공연을 하지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 더구나 비대면 상황으로 공연장이 문을 닫고 있는데 말이다. 청년작가 배하영, 송하은, 신범균 3인으로 구성된 예술공동체 제로그램(Zerogrma)은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했고, ‘동물의 숲’에서 남산골을 무대로 한 공연을 올리는 비대면 전시/퍼포먼스 «대기, 대기. 대기, 통신»을 기획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커스텀한 캐릭터를 내세워 자유롭게 소통하고 섬을 꾸밀 수 있는 ‘동물의 숲’에 한옥마을을 재해석해 만든 가상 세계의 섬인 ‘남산골’ 섬이 만들어졌다. 데이터 조각으로 이루어져 인터넷 세계를 떠돌던 사이버 정령들이 이곳에 떨어지고, 탈출을 위해 관객과 소통하며 함께 힘을 모으는 과정을 설화적 요소와 접목하여 풀어냈다. 
«대기, 대기, 대기, 통신» 온라인 퍼포먼스의 한 장면(참가자 : 김꽁치쓰, 상구, 뿌우, 수현, 구지회) ⓒ 남산골한옥마을

 

이번 전시 및 퍼포먼스는 사이버 상에서의 소통을 통한 관계 맺기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나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마치 통신을 기다리는 대기 신호의 모습과 닮아있는 것처럼, 새로운 환경에서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마주하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11월 30일(월)부터 오픈되는 웹 공간을 통해 전시에 대한 정보를 살펴볼 수 있으며, 공연 관람객은 온라인 예매 후 본인 기기로 직접 참여 가능하다. 또한 공연은 12월 5-6일 오후 4시부터 남산골한옥마을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어 랜선으로도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공연 후에는 ‘남산골’ 섬 안에는 사이버 전시관이 마련되어, 관람객들은 주요 스틸컷과 기념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남산골’ 섬의 각 장소를 둘러보며 주요 장소에 마련된 영상을 시청하고 전시 굿즈를 수령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게임과 예술이 접합된 새로운 형식의 실험인지라 과연 즐기는 방법도 남다르다. 또 다시 강화되는 비대면의 상황에 신선한 영감과 반향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한다.

공식 웹사이트: https://zerogram.cargo.site/

남산골한옥마을과 모여봐요 동물의 숲 '남산골' 섬 지도 ⓒ 남산골한옥마을

동시대를 고민하는 자세, 그리고 미래

올해의 남산컨템포러리는 대면 공연이 불가했던 올해의 상황을 고려하여, 공연이라는 결과물을 내보이는 방식보다는 대안적 형태의 공연을 제시한다. 이는 이 기획에서 중요한 컨템포러리라는 키워드가 순발력 있게 작동한 결과일 것이다. 전통예술과 동시대에 대한 질문이 이러한 포맷의 변화 자체에도 그대로 녹아있다고 할 수 있다.  

남산컨템포러리 무대에 소개되는 아티스트 권송희(좌), 김시율(우), 김서령 제공
이번 2020 남산컨템포러리 - 전통, 길을 묻다 ‘REBOOT:재시동’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예술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지속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변화된 작품과 활동을 수집하여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소개된다. 이를 위해 다큐멘터리와 토크 프로그램이 결합된 무대가 시도되며, 이로써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창작물과 숨겨진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무대 위에 아티스트들이 등장해 이끌어가는 토크 중 액자식 구성으로 영상 혹은 실연의 형태로 만들어진 창작물을 함께 관람하는 방식이며, 이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와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이 무대화된다. 
‘2020 남산초이스’ 혜원˟민희 <남창가곡> 서울남산국악당 ⓒ 정선영

그 첫 번째 공연은 12월 9일(수) 오후 7시 서울남산국악당 무대에 오르며, 해파리(박민희, 최혜원), 권송희, 김시율이 함께한다. 우선 박민희, 최혜원의 경우, 올해 4월 무관객 온라인 공연 실황 중계로 소개된 <혜원/민희 남창가곡>으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이후, ‘해파리’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스타일리시한 음악과 시각화가 돋보이는 콘텐츠를 선보이며 입소문이 나고 있다. 한편 권송희는 싱어송라이터, 판소리 보컬리스트라는 지향점을 갖고 <모던 심청> 등의 작업을 해왔으며, 최근에는 올해의 대세 밴드 ‘이날치’의 보컬로 활약하고 있다. 또한 피리연주자 및 무용, 연극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던 김시율은 2019년부터 런던에 체류하며 예술 활동 반경을 넓혀가기 시작할 무렵, 난데없이 코로나가 찾아와 위기를 맞는다. 2020년 감염의 전쟁 속에서 어떻게든 활동을 이어나가는 4인 아티스트는 어떻게 한 해를 바라보며 또 다른 모색을 하고 있을까.

김보라, 김재덕 <무악>, 2018 남산컨템포러리 ⓒ 목진우

12월 11일(금) 두 번째 공연은 아트프로젝트 보라의 김보라와 모던테이블의 김재덕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2018년 남산컨템포러리 <무악>에서 각각 안무가와 작곡가로 참여한 바 있다. <무악>은 초연 이후, 2019년 시댄스 초청 공연, 서울아트마켓에 소개되며, 2020년 해외 초청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다수의 해외공연은 물론 국내공연들도 연이어 취소되고 말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바이러스 속에 비대면 온라인 공연으로 대체되는 상황에서, 김보라는 춤의 본질, 공연의 현장성, 대면 공연과 비대면 공연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담아 어떤 영상을, 어떤 공연을 만들어야 하는가를 끝없이 고민하고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김재덕은 모던테이블의 해외 공연은 물론 해외 무용단과의 안무 작업이 불가해지며 음악을 통해 또 다른 돌파구를 찾는다. 그동안은 무용작품을 위한 음악을 창작해왔다면, 올 한해는 두 개의 정규 앨범과 다수의 싱글앨범을 통해 온전히 음악인으로서의 예술창작을 이어가고 있다. 투어도, 창작도, 연습마저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시선을 돌려 또 다른 예술적 시도와 도전을 하고 있는 동료이자 부부 안무가의 이야기를 통해 한 해를 마무리하며 미래를 향한 질문과 상상의 시간을 갖는다.

한편 다가오는 2021년 새해에는 탈춤과 함께하는 새해맞이 무대가 준비된다. 천하제일탈공작소가 마련한 <가장무도 - 일상을 위한 일탈>이 1월 2일 오후 2시 서울남산국악당 무대에 오른다. 전국 13도 탈꾼이 모인 탈춤 한판으로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불러오는 신명 나는 무대를 펼쳐낼 예정이다.

천하제일탈공작소, <가장무도 - 일상을 위한 일탈> ⓒ 서울남산국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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